애인대행 서비스, 직접 신청해보니

아빠와 남편, 심지어 며느리에서 애인까지 대행해주는 이른바 ‘역할대행’서비스가 최근 성행하고 있다. 바쁜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특별한 인연이 없이도 돈만 주면 역할에 맞는 사람을 골라 실생활에서 연기아닌 연기를 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준다는 신종 서비스업. 하지만 이런 역할대행 서비스업이 자칫 성매매나 또다른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신종 서비스업에 따른 우려를 실태취재를 통해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역할대행 서비스 가운데 애인대행 서비스 확산 빨라

지난 2006년부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역할대행 서비스. 그 중에서도 애인역할을 대신해주는 ‘애인대행’ 서비스는 그 확산 속도가 다른 역할대행보다 빠른 편이다.

애인대행과 관련된 인터넷 카페도 수백 개에 이르는 실정이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4일 대행 업체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에게 ‘밸런타인 데이’에 함께 지인과의 모임에 가줄 애인을 구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러자 업체 직원은 원하는 남성의 스타일을 물었다.

취재진이 “깔끔하고 차분한 스타일을 원한다”고 말했더니 “가능하다. 조건에 맞는 사람을 뽑아 프로필을 보내주겠다”고 즉각 응했다.

그리고는 “얼굴과 키 모두 원하는 스타일에 맞춰주겠다”며 “비용은 20만 원이고 계약금 30%를 먼저 입금해주면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지인과의 모임에서 서로 대화도 해야 하니 한 시간 전에 만나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맞춰야 한다. 모임에서 어떤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지 말해줘야 서로 입을 맞출수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자 “의뢰인의 80%가 여성일 만큼 안전하고 비밀 보장도 확실하다”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회원수가 7천 명을 넘을 정도”라고 안심시켰다.

그리고는 “가족의 반대로 비밀리에 결혼해 아이까지 낳은 뒤 가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가짜 신랑을 구하고 결혼식까지 올린 경우도 있다”며 “손님은 난이도로 따지면 아주 쉬운 경우”라고 웃어보였다.

직원은 끝으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돈은 환불이 가능하다”고 말하며 취재진의 결정을 독려했다.

몇가지 조건을 충족한 후에 하루짜리 가짜 애인이 손쉽게 구해졌다. 마치 쇼핑을 하는 기분이었다. 돈으로 가짜 애인을 구하는데는 채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역할대행 서비스업, 전문화·산업화

대행 서비스 초창기인 2006년에는 역할 대행을 직접 선발해주기 보다는 대행을 원하는 사람과 구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중개인 노릇을 하는 정도였다.

중개인은 만날 수 있는 장소만 마련해주면 그 다음은 두 사람의 몫이었다. 친족관계인 부모나 자녀 역할을 요구하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대행 업체는 역할 대행 업무가 가능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확보해 대행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이들을 직접 선발하고 있다.

의뢰인에게 돈을 받고 그 돈의 일부를 배우 역할을 한 ‘대행남/여’에게 전달한 뒤 나머지는 수수료 명목으로 업체가 챙긴다. 전문적이면서 산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역할대행을 원하는 많은 현대인들이 있다. 바쁜 일상생활에서 특별한 인연이 없이도 대가만 지불하면 원하는 역할을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10대까지 역할대행 서비스에 뛰어들어

역할대행 사이트 게시판에는 다양한 역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글이 넘쳐난다.

초창기 시간과 돈이 비교적 넉넉한 30~40대가 주로 대행 서비스를 찾았던데 비해 지금은 10대 청소년들도 ‘학부모 인증을 해줄 엄마.아빠 역할’을 찾을만큼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연령이 확대됐다.

그렇다보니 10대들이 직접 대행업에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연령 제한이 있는 인력 업체 대신 인터넷 카페 등에서 주로 일거리를 구했다.

인터넷에 ’00살, 남(여), 대행해드린다’는 글을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작성자에게 쪽지나 문자, 메일 등을 보내는 형식이다.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린 18살 김 모 군은 자신을 ‘서울 18남’이라고 소개한 뒤 “시급 4만 원으로 잡심부름부터 애인대행, 실연대행으로 빰맞기까지 다 해드린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같은 글을 올리기까지는 어떤 규제도 없었다. 설사 미성년자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더라도 부모의 명의를 도용하면 그만이었다.